[의학칼럼]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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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마인드’ 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존 내쉬라는 천재 수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은 수학 천재로 미국 최고 명문대 프린스턴의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수학계의 위대한 발견을 하였고 MIT의 교수가 되어 승승장구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 중 한 가지 충격적인 반전은 그가 살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사건 중에 많은 부분이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환각 증상이었단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다.
주인공은 젊은 시절부터 이런 정신병적 증상으로 망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있는 채 살아왔던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이 정상적인 남편, 아버지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심한 혼란에 빠진다. 이런 존 내쉬를 그의 부인 알리샤는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그의 증상을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면서 보호해주고 의학적 치료를 잘 받도록 도와준다. 결국 존 내쉬는 점차 현실과 망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될 정도로 회복이 되고 결국 노벨상까지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앓았던 병이 조현병이다. 조현병 환자는 환청, 망상, 사고장애 등의 증상을 특징적으로 보이며 현실 판단력 및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혼돈된 정신상태를 보인다.
전체 인구의 약 1%의 유병률을 보이며 뇌의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다시 말하면, 1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으면 같은 반 친구 중 한명은 이 병을 앓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는 의미이고 병의 발병 요인 역시 개인이나 가족의 잘못은 아니고 심리 사회적 문제 보다는 타고난 생물학적 취약성이 주요 원인이라는 뜻이다.
최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몇 건의 묻지마 폭력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조명을 받으면서 일반시민들의 정신질환자, 특히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졌다. 심지어 국회에서는 이런 정신질환자의 강제적 조회나 관리, 강제 입원을 제도화하는 입법 논의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 정신과 환자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며 의사와 보호자 동의 입원절차 및 유지를 까다롭게 규정한 법을 통과시킨 국회가 이제는 정반대의 논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얇은 수준인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신의학에서 조현병 환자가 타인을 해할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잘 밝혀져 있다. 물론 일부의 환자에서 피해망상이나 환청이 심한 급성기 정신병적 상태에서는 현실 판단력이나 충동조절능력이 소실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해 및 타해의 위험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고 이런 위험도는 현저하게 감소된다. 오히려 이런 위험 증상을 보이는 환자보다는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서 사회적 위축과 의욕저하, 은둔 등의 음성 증상으로 사회적으로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환자가 더 많다. 이런 환자들은 보호자의 병에 대한 무지나 주변의 무관심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를 진료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뷰티플 마인드’에서 존 내쉬가 조현병을 앓고 있음에도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그의 병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적절한 보호와 지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준 아내 알리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를 막는 것은 그 어떤 규제나 법률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이해와 따듯한 관심을 즉 ‘뷰티풀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현병 환자는 홀로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내 이웃일 수도 있고 같은 반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들은 결코 남에게 해를 주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나 사회적 격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환자인 것이다.
윤동환 원장
작성일 16-07-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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