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없다면 지역의 미래 또한 없다”

‘평택은 대기업유치와 미군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일침
‘한국캐리커처협동조합’... 지역에서 활용도와 콘텐츠 충분해

  최근 600만을 돌파한 영화 ‘곡성’이 개봉되고 나서 유명해진 곳이 있다. 바로 ‘곡성군’이다. 영화 곡성이 개봉하자 이를 곡성군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20일부터 열흘간 열린 곡성세계장미축제에는 23만여 명이 찾아오는 등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는 문화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문화마케팅에 성공하면 사람들에게 우리 고장을 알리고 관광수입 등이 늘어 지역경제 발전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평택에서 평택을 위한 문화마케팅을 꾸준하게 건의해 온 윤기수 문화상회 다락 대표를 만나 그간의 추진했던 제안들과 현재 평택에 필요한 문화마케팅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풀어보았다-편집자 주

Q 평택시에 많은 문화적인 제안을 해 온 것 알고 있다. 어떤 제안들을 해 왔나?

  평택시에서 요청을 해와 제안서를 만들었다. 첫 번째로는 통복동 포목점을 거점으로 하는 마을기업사업이다. 지금의 문화상회 다락의 축소판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 후 구(舊) 군청터의 복합문화공간 사업, 송탄 지역문화교류기반사업으로 특화된 마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제안했다. 복합문화공간은 현재 경찰서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부지이고, 구도심에 복합문화공간과 시민공원으로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세 번째 사업은 획일적 마을조성보다는 재미있고 상징적 마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했기에 여러 전문가와의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그 밖에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천연염색축제 등 도시화진행, 구도심의 슬럼화에 따른 문제점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획을 했다. 하지만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책결정권자와 담당공무원의 의식부족, 담당자의 부서이동으로 제안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모든 기획과 제안서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제기와 필요성을 제기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정책결정권자는 지역의 미래에 비전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구(舊)도심의 슬럼화는 중심상권의 이동, 신도시 개발로 인해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지역의 상권은 AK백화점으로 인해 매출급감과 월세에 허덕이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마련할 수가 없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타 지자체는 골목상권과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평택은 대기업유치와 미군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기업은 장사꾼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떠난다. 미군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Q 최근 캐리커처와 관련한 제안을 평택시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들이었나?

  지역에서는 언제나 유사하고 변형된 축제, 일회성 보여주기씩 축제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부천시’하면 떠오르는 축제는 누구나 만화축제를 얘기한다. 평택하면 떠오르는 축제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전국의 캐리커처 작가들과 모여 ‘문화상회 다락’에 한국캐리커처협동조합으로 둥지를 틀었다. 힘든 시기에 웃음을 선사하고 기억에 남는 축제를 만들려고 준비했다. 라이브, 디지털, 팻, 퍼포먼스, 아트콜라보, 벽화, 조형물 전시 등 다채롭게 구성했고, 관광상품 개발도 추진했다. 지역 상권과의 연대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올 1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모여 기획회의를 거치고 답사를 했다. 지역에 살지는 않지만 무언가 뜻깊은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원했던 것이다.

Q ‘한국캐리커처협동조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캐리커처협동조합은 국내 유일의 캐리커처 작가집단이다. 매년 전국을 돌며 컨벤션을 진행했고, 국내 최고의 실력자 집단이다. 10년의 방황 끝에 지역에 둥지를 틀고 지역의 문화예술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며 만든 전국적인 작가집단이고, 우리나라보다 캐리커처 선진국인 일본대회에 나가 당당히 1등을, 싱가폴 대회 1등을 거머쥔 작가들이다. 지역에서의 활용도와 콘텐츠로서 충분하다고 본다.   

Q 시가 캐리커처와 관련된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시는 항상 행정절차 무시, 예산편성을 얘기한다. 아마도 누구나 접해본 일이라 본다. 거절이라는 표현보다는 무시를 한 것이다.
담당과장, 계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회기 중이니 추경을 올리겠다는 말을 했고, 회기가 끝난 후 들어가니 시의회에서 잘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의회에 확인했고, 올라온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에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핑퐁게임으로 마음마저 지치게 한다.

Q 그렇다면 시가 이런 제안에 어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겉치레가 아닌 같은 시민으로써 지역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없다면 지역의 미래 또한 없다고 본다. 개인의 기획보다는 집단에 의한 기획은 많은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도출해낸다. 창의적 사고 부재와 받아들이는 포용성의 부족으로는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고,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탁상행정이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Q 평택시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평택은 도농복합도시에서 산업도시로서의 전환시점이다. 자본을 동반한 기업과 신도시는 새로운 인구유입을 통해 상권이 형성되지만, 빌딩에 가려진 이면도 봤으면 한다. 자신과 다음세대가 살아갈 도시라는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열정과 실력 있는 작가들이 삶의 터전을 옮기고, 고향을 등지고 있는 현실이 필요시에는 막대한 자금과 행정의 소모를 불러오는 시기가 온다. 몇 년간 지역의 숨겨진 문화예술인들을 모으는 작업을 했다.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지만 흔쾌히 지역을 위해 일하고 싶은 의지를 느꼈고 실력 또한 정상급이다. 하지만 이 작가들을 한 곳에 묶고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빛을 발하리라 본다. 시에서는 경기문화재단, 대학 등 외부에 용역을 주고 편하게 일하려 한다. 또한 책임을 전가시키기 편한 곳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없는 단순노동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사업과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동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