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
함축적 언어로 진심을 전할 수 있어

“달의 뒷면을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본질을 본다는 것이죠”
 비 내리는 휴일 밤 홍대 와인카페에서 만난 고두현 시인은 그 특유의 맑은 웃음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제 시집에서 고향을 노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게 고향은 항상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근본 자리이지요”라고 덧붙였다. 
그의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는 모두 고향을 노래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고향은 그의 시집 앞머리에 있다. 그렇게 그가 아끼고 사랑하며 고향을 노래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는 작업이다.
 이번 시집 「달의 뒷면을 보다」(민음사)는 그가 고향 남해의 해변을 거닐며 저녁 바다에 비친 달을 보고 쓴 시다. 자연과 사람의 뒷모습을 통해 세상의 근본, 삶의 본질을 보는 방법을 은유적으로 잘 묘사했다.
그는 오랜 기자생활에도 항상 시인임을 잊지 않는다며 항상 좋은 시를 대중에게 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저서 「시 읽는 CEO」 「옛 시 읽는 CEO」 「마흔에 읽는 시」 「마음필사」 「사랑, 시를 쓰다」 등과 강연을 통해 시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인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의 통로”라며 “함축된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고 답한다. 또 “사람들은 잊고 있을 뿐이다.
내가 잊고 있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게 너무나 즐거워 시를 권하는 작업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시집 출간 외에도 좋은 소식이 많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가요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씨가 고 시인의 시 10여 편에 곡을 입힌 시노래 음반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내년엔 시 낭송에 관한 책도 나올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와인이 주는 취기보다도 시인에게 더 취기를 느꼈다.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내 근본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했다. 시가, 시인이 준 늦가을 밤의 여운이기도 하다.